일본은 지역마다 고유한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나라다. 오늘은 일본의 흔하지않은 문화에 대해 소개해볼려고한다.
그중에서도 ‘츠루시비나’라는 문화는 일본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풍습이다. 이름 그대로 ‘매달린 히나 인형’을 뜻하는 이 전통은,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특별한 장식 문화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히나마츠리(인형 축제)와는 또 다른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 츠루시비나는 일본의 섬세하고 따뜻한 가족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츠루시비나의 기원과 역사
일본에서는 매년 3월 3일에 ‘히나마츠리(인형 축제)’가 열린다. 이날은 어린 딸아이의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며 전통 인형을 장식하는 날이다. 일반적으로 히나 인형은 단 위에 여러 겹으로 진열되며, 화려한 궁중 인형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런 인형 세트는 가격이 비싸 서민 가정에서는 쉽게 마련할 수 없었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츠루시비나다. 에도 시대(1603~1868) 후반, 일본의 시즈오카현 이즈 지방과 후쿠오카현 야나가와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서민들은 값비싼 궁중 인형 대신, 손수 만든 작은 인형들을 천에 매달아 장식했다. 이것이 바로 츠루시비나의 시작이다.
즉, 츠루시비나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가족의 정성과 사랑이 깃든 수공예품이었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천 조각을 이어 작은 동물, 꽃, 탈, 부적 모양 인형을 만들어 아기에게 걸어주며 “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행복하길” 기원했다.
인형 하나하나에 담긴 상징적 의미
츠루시비나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작은 인형들이 줄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각 인형은 단순히 귀여운 장식이 아니라, 저마다 특별한 의미와 소망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토끼 인형 : 병마를 물리치고 장수하기를 기원.
원숭이 인형 : ‘재앙을 물리친다’는 일본어 말장난(사루=원숭이, 사루=사라지다)에서 비롯됨.
복숭아 모양 : 장수를 상징하는 과일.
학과 거북 : 일본 전통에서 불로장생과 행운을 의미.
꽃 모양 : 소녀의 아름다움과 행복한 미래를 상징.
이처럼 츠루시비나에 매달린 인형 하나하나는 단순한 공예품이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위한 작은 축복의 부적과도 같다. 부모 세대는 바느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으며 아이가 무사히 성장하기를 기도했다.
또한, 츠루시비나는 가정마다, 지역마다 모양과 구성이 조금씩 달라 개성 있는 문화로 발전했다. 어떤 집에서는 손님에게 받은 천 조각을 모아 인형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는 ‘여러 사람의 기원을 담아 아이를 지킨다’는 의미가 있었다.
현대 사회 속 츠루시비나의 가치
오늘날 일본에서는 생활 양식이 크게 달라졌지만, 츠루시비나는 여전히 중요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즈오카현 이나토리 지역이나 후쿠오카현 야나가와에서는 매년 봄이면 츠루시비나 축제가 열려 수천 개의 인형이 장식된 화려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는 지역 문화유산이자 관광 자원으로도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의 츠루시비나는 단순히 아이를 위한 장식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형을 통해 ‘손수 만든 선물의 따뜻함’과 ‘가족을 위한 기원의 마음’을 다시금 되새긴다. 기계화되고 디지털화된 사회 속에서, 손으로 만든 인형에 담긴 정성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츠루시비나는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다. 할머니가 만든 인형을 어머니가 이어받고, 다시 손녀에게 전해주는 과정 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기억이 이어진다. 이런 전통은 단순히 과거의 풍습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문화적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츠루시비나 문화는 작은 인형에 담긴 큰 사랑의 이야기다.
값비싼 장식 대신, 천 조각과 바느질로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 부모 세대의 마음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형 하나하나가 작은 부적이자 소망이 되어 아이의 곁을 지킨다는 발상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 사회에서도 아이의 성장과 행복을 기원하는 다양한 문화가 있다. 돌잔치의 돌잡이나 백일잔치 같은 풍습이 그것이다. 츠루시비나는 일본식이지만, 그 근본에는 아이의 건강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흐른다.
오늘날 우리는 효율과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지만, 때로는 손수 만든 작은 선물, 정성이 담긴 작은 행위가 무엇보다 큰 울림을 준다. 츠루시비나는 바로 그 사실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문화다